2015.05.15 11:13

개인전 평론

댓글 0조회 수 1314추천 수 0
?

단축키

이전 문서

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수정 삭제
?

단축키

이전 문서

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수정 삭제

맑고 담백한 서정의 세계

 

김상철(동덕여대 교수, 미술 평론)

 

 

주지하듯이 문인화는 대단히 전통적인 조형 양식이다. 시서화가 한 화면 안에서 어우러지는 독특한 조형 체계와 특유의 정신적 가치의 지향은 바로 동양회화 전통의 근간을 이루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러한 역사성과 전통성에도 불구하고 오늘의 문인화가 처한 현실적 상황은 자못 심각한 것이 사실이다. 이는 세태의 변화에 따른 사회적 심미 요구가 변한 것이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비단 문인화에 국한 된 것은 아니지만 전통적 가치를 지닌 많은 것들이 현대라는 시공 속에서 본연의 온전한 가치와 의미를 점차 상실해 가고 있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인화가 현대미술의 격랑 속에서도 여전히 일정한 세를 유지하며 진행되고 있는 것은 전통이 지닌 유장한 저력과 특유의 조형적 가치가 오늘에도 여전히 유효한 것이라는 반증일 것이다.

작가 박순옥의 작업 역시 전형적인 문인화의 형식과 내용을 갖추고 있다. 대상을 빌어 자신의 사고나 감정을 드러내며, 이를 담백하고 간결한 화면으로 표출함은 문인화 조형의 요체일 것이다. 작가 역시 침착하고 담백한 필치로 문인화에서 즐겨 다뤄지는 소재들을 통해 자신의 개성을 표출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문인화의 소재는 사군자를 근간으로 하여 의미가 부여된 온갖 동식물 등을 모두 망라하게 마련이다. 작가가 즐겨 다루는 소재들을 개괄해 보면 그것은 바로 사군자에서 확장된 이른바 십군자류를 작업의 근간으로 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매, 란, 국, 죽의 사군자에 더하여 연꽃과 모란, 목련과 파초, 포도, 소나무 등이 바로 그것이다. 이는 작가의 작업 기반이 일정한 전통적 가치를 전제로 하고 있음을 말해주는 것으로, 몇 몇 작품을 통해서 여실히 확인되는 것이기도 하다. 묵모란이나 묵죽, 묵란 등을 살펴보면 작가는 사군자 등을 통해 전통적인 운필과 용묵을 학습하였음을 알 수 있다. 특히 묵모란에 드러나는 강한 농담의 대비와 유려한 수묵의 기운은 그간의 학습과 성취가 어떠한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담백한 필치로 수렴된 소재들은 침착하고 차분하다. 헛된 기세나 방만한 발묵을 경계하며 일정한 규율과 법칙에 충실하고자 하는 작가의 의지는 화면 곳곳에서 목도되는 바이다. 흥미로운 것은 화면에 드러나고 있는 풍부한 물의 표현이다. 수묵을 바탕으로 한 작업의 경우 그 관건은 바로 물을 여하히 다룰 것인가에 있다 하여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는 문인화 뿐만 아니라 수묵, 혹은 물을 매개로 하는 모든 작업에 공히 적용되는 것이기도 하다. 작가의 화면에 드러나는 습윤한 기운은 인상적인 것이다. 스미고 번지는 물의 물성을 수묵, 혹은 채색을 통해 화면에 수용해 내고자 하는 작가의 의지는 일단 긍정될 수 있을 것이다. 수묵이 마르고 거칠고 진하기만 해서는 생기를 표출할 수 없다는 화론의 지적을 염두에 둔다면, 작가가 드러내고 있는 풍부한 수묵의 기운은 작가의 작업 전반을 개괄할 수 있는 특징인 동시에 장점이라 할 것이다.

수묵에 대한 일정한 이해와 장악력을 바탕으로 한 작가의 작업은 또 다른 실험을 통해 그 표현 영역을 확장하고자 함이 눈에 띈다. 앞서 거론한 바와 같이 작가의 작업은 전통적인 사군자의 학습에서 비롯된 것이다. 더불어 수묵의 농담을 구분하고, 유려한 필선을 통해 대상을 표현해내는 전통적인 방식에 충실히 부합하는 것이었다. 이는 원칙적으로 선에 의한 조형이라는 전통적 가치를 반영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새로운 작업들에 나타나는 양상은 이와는 사뭇 다른 것이다. 몰골을 통한 사물의 표현이나 선이 아닌 면을 통해 화면을 구성해 나가는 방식은 전통적이고 고전적인 문인화와는 다른 것이다. 더불어 수묵 대신 색채의 운용을 확대하고, 물이 지니고 있는 독특한 물성을 십분 수용한 것은 자신의 장점은 견지하되 새로운 시도를 통해 표현 영역을 확장하고자 한 것이라 이해된다. 이는 전통에 대한 작가의 주관적 해석이 반영된 것으로, 대상과 소재에 대한 작가의 표현 의지가 적극 개입한 결과라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짧은 선들을 잇대어 사용하여 사물의 윤곽을 규정하고 특유의 풍부한 수용성 안료의 표정들로 사물을 표현하고자 하는 일련의 수채화 작업들 역시 이러한 실험과 모색의 일환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마치 바느질의 땀을 연상시키는 새로운 방식의 선의 운용은 전통적인 운필과는 다른 것으로, 작가의 새로운 작업들이 선에서 면으로, 수묵에서 채색으로 라는 변화 내용에 새로운 변화 요소를 더하는 것이라 풀이할 수 있을 것이다. 즉 작가는 고전적이고 전통적인 문인화에서 시작하여 주관적인 해석과 감흥을 적극 반영하고 수용하는 일련의 작업들을 통해 문인화가 지니고 있는 경직된 형식에서 벗어나 개성을 확보하고자 함이라 해설할 수 있을 것이다.

작가의 화면에 드러나는 맑음과 담백함은 소중한 것이다. 더불어 화면에 대한 진지한 접근과 차분한 표현은 긍정될 수 있는 가치일 것이다. 무욕의 허정함을 연상시키는 담백한 필치와 간결한 화면은 비록 전통적인 문인화의 형식에서 벗어나 주관적인 해석이 가미된 것이지만, 이를 통해 전해지는 감상은 문인화가 지향하는 정신적인 품격의 가치인 것 역시 작가의 작업이 지니는 장점일 것이다. 만약 이에 더하여 물의 물성을 극대화하고자 하는 보다 적극적인 실험과 중첩을 통한 깊이를 확보할 수 있다면 작가의 작업은 새로운 단계에 이를 수 있을 것이라 여겨진다. 작가의 새로운 성과와 성취를 기대해 본다.


Community 게시판입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4 미아동생 반가워요   지중맘 2015.07.14 1358
33 미아가 드립니다 [1]   박정미 2015.06.15 1295
» 개인전 평론   지중 2015.05.15 1314
31 작품올렸습니다.   지중 2015.05.15 1340
30 개인전 이후 작품을 올렸습니다. 감상부탁드립니다.   지중 2014.09.29 1736
29 개인전 작품을 홈피에 올림   지중 2014.09.29 1859
28 문인화 ( 십군자)   지중맘 2014.06.02 3731
27 개인전을 마치고 [1]   지중맘 2014.06.01 2609
26 작품78점 올렸습니다 [1]   지중맘 2014.03.10 2585
25 제1회 개인전이 백악 미술관에서 열릴 예정 입니다. [1]   지중맘 2013.12.30 2753
24 2013년 끝자락에서   지중 2013.12.26 2471
23 사랑하는 언니에게 [1]   지중맘 2013.12.22 2529
22 대단하십니다   우렁이각시 2013.12.14 2464
21 와우!!~~ 너무 멋집니다.   소현낭자 2013.12.14 2455
20 작품 101점 올립니다 . 감상부탁드립니다.   지중맘 2013.12.13 2468
19 와!!!   veronica 2013.11.01 2505
18 500점이 넘었습니다. 많은 감상 부탁드립니다.   지중맘 2013.07.30 2913
17 작품 25점 올립니다.   지중맘 2013.05.22 3024
16 작품 69점을 올립니다.   지중맘 2013.04.21 2888
15 명퇴를 하며 ...   지중맘 2013.02.25 3079
Board Pagination ‹ Prev 1 2 Next ›
/ 2
Designed by hikaru100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SketchBook5,스케치북5

SketchBook5,스케치북5

SketchBook5,스케치북5

SketchBook5,스케치북5